세월을 간직한 마을과 여행의 즐거움 맛이 풍부하다! 전북 전주 [풍경이 있는 여행 KBS 20100820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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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 On Oct 6, 2023

[풍경이있는여행] 골목길 사이로 역사는 흐르고 - 전북 전주

■ 시대와 호흡하는 전통, 전주 한옥 마을
전주를 가장 전주답게 만드는 곳, 아마 많은 사람들이 전주한옥마을을 꼽지 않을까 한다. 처마 끝을 따라 고혹적인 아름다움이 흐르는 한옥마을은 조선시대부터 융성했을 듯싶지만 실은 100년 남짓, 일제강점기 때 폭정에 저항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을사조약 이후 전주에 들어온 일본인들의 세력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위해 전주 사람들은 풍남문 쪽에 한옥을 짓고 모여 살면서 지금의 한옥마을이 되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듯 한 곳. 그러나 느린 걸음으로 골목을 거닐다 보면 도시는 시대를 따라 거듭 변화되는 전통이라는 것을 느낀다. 골목을 따라 사람들이 오가고 문화가 피어난다. 옛사람이 살던 한옥에서는 먼 길 찾아온 여행객이 하룻밤 머물며 고택의 정취를 품는다.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그 모습을 점점 변화시키는 곳. 그러기에 사람들은 전통 속에서 현재의 문화를 만들고 그 문화는 다시 전통이 되어 마을을 유지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전주한옥마을은 오래된 미래를 꿈꾼다.

■ 골목을 거닐다
사람들이 다닌 곳은 작은 길이 되고 작은 길들이 이리저리 이어져 수많은 골목길을 만들어진다. 천 년의 역사가 이어진 전주,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진 그곳은 유독 골목길이 많다. 구석구석 이어진 전주의 골목길은 시간이 점점 흐르며 그 색에 따라 하나둘 이름이 붙었다. 전주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영화의 거리, 문학인을 길러 낸 동문문화거리, 마시면 네 번 취한다는 전주 막걸리 골목, 전주 사람들에게 처음 자장면을 선보였다는 차이나타운 등 이름이 붙은 골목만 어림잡아 10여 개가 된다. 오랜 역사가 켜켜이 쌓인 골목에 새로운 역사가 자라나면서 전주는 조금씩 변모해나간다.

■ 전주, 맛과 만나다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먹는 즐거움, 즉 맛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전주는 최고의 미향(味鄕)이다. 전주의 음식 중에서 가장 손에 꼽는 건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한식의 정수라 할 수 있는 한정식,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선보인 전주비빔밥이다. 그리고 또 하나 놓쳐서 안 될 음식이 바로 전주콩나물 국밥이다. 육당 최남선이 우리나라 10대 지방명식 중 하나로 꼽은 콩나물국밥은 전주 사람들의 아침 속을 달래주고 저녁 속을 든든히 채워준 대표적인 향토 음식이다. 여기에 한잔의 막걸리, 혹은 모주를 곁들인다면 전주를 찾은 객들은 맛에 빠져 도시를 벗어나기 힘들다.

■ 어미의 품과 같은 곳, 모악산
도심 안에서 지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하나 둘 자연 속으로 찾아든다. 전주 사람들에게는 모악산이 그런 곳이다. 고어인 엄뫼를 의역해서 모악이라는 이름을 지은 모악산은 한반도 최대 곡창지대인 호남평야, 김제평야의 젖줄이다. 골짜기마다 맑은 계곡이 흐르고 길이 가파르지 않아 연세가 지극하신 분도 쉬 올라갈 수 있는 산, 이름처럼 언제 누가 찾아와도 어머니처럼 품에 안아주는 정겨운 산이다.

■ 한지, 멋이 되다
사람의 손이 아흔아홉 번이 거쳐야 완성되는 종이, 한지. 고려시대부터 전주는 한지의 명산지로 이름을 날렸다. 고려 중기부터 조선 후기까지 수백 년간 전주 한지는 왕실 진상품으로 보내질 만큼 그 빼어난 품질을 인정받았다. 자연적 질감이 빼어나고 살아 숨을 쉬는 듯 생명감이 가득한 전주한지. 그러기에 사람들은 전주의 한지에서 글씨를 쓰는 것 그 이상을 보았다. 어떤 한지는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고운 색색의 빛깔을 입고 고운 선의 옷이 된다. 또 다른 한지는 140여 번의 손길을 거쳐 선 따라 바람이 이는 합죽선이 되어 여름을 식힌다. 천 년을 이어온 전주의 한지는 사람들의 손을 따라 지금도 도시의 한 풍경이 되어 지나가는 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전주 #한옥마을 #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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